리스본에서 소매치기 당한 썰: 여권 분실&재외공관에서 재발급 받기(feat. 긴급출금)
ㅋㅋㅋㅋㅋㅋㅋㅋㅋ일단 웃고 시작하자. 하.. 1년이 지난 이야기인데 지금 다시 생각해도 어질어질한 유럽에서 소매치기 당한날의 기록.
전날 억수같이 비가 오다가 이날은 날이 맑아서 기부니가 무척 좋았다. 숙소 바로 100미터 앞에 있는 마쉿는 커피집에서 야무지게 아침도 먹고.
호시우역 근처에서 버스를 타고 벨렝지구로 향했다. 사람들이 중간중간 많이 타서 만원버스였지만 운좋게 맨 뒷 좌석에 앉아 시티투어 버스 타는 기분으로 룰루랄라.
벨렝지구에 도착해 제로니무스 수도원을 보니 이게 무슨일이야 줄이 왜이렇게 길어. 그래서 일단 발견기념비를 거쳐 벨렝탑을 들른후 파스테이스 드 벨렝에 가서 에그타르트를 먹고 마지막으로 수도원을 가야지 하고 계획을 세우고 발견기념비로 향함.
오우 발견기념비가 보이고.
가까이 가서 음 이렇게 생겼군. 이쪽 부조는 이렇군. 노래에 맞춰 춤추는 집시도 구경하고.
발견기념비 반대쪽 사이드에 가서 음 여기 부조는 이렇게 생겼군. 하고 사진을 찍고 난 순간.
이 사진을 찍었을때 가방이 지나치게 가볍다는 사실을 알아챔. 멘붕.
이 순간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지금도 가슴이 두근거려...
카드지갑과 화장품 파우치, 현금이 든 동전지갑이 싹 다 털린것. 어디서 털렸는지 감도 안왔다. 주변을 원래 잘 살펴보는 타입이 아닌데다가 인파도 누군가와 가깝게 부딪혀야할만큼 밀집되어있지 않았는데 대체 어디서 털린건지 아직도 의문.
암튼, 발견기념비가 입장료를 받는 전망대가 있는 곳이라 탑 입구엔 가드가 지키고 있는데 바로 가드에게 가서 '나 소매치기 당했으니 경찰에 신고해줄수 있니?' 했더니 잠깐만 기다리라고 하고는 전화통화를 함. 그러더니만은 다시 와서 '포르투갈 경찰, 푸~~' 하더니 못온다고 그런다면서 니가 경찰서로 가야할 것 같아 라는. 멀지 않다면서 경찰서 위치를 알려줘서 경찰서로 가는 도중 내가 경찰서에 가서 폴리스 리포트를 받은들 여행자 보험으로 보상받을만한 것이 없다는 생각이 번뜩 스치는 것. 내가 도난한당 물건은 여권, 현금 25유로, 카드들이 전부였기 때문. 물론 지갑이 구하기 어려운거였지만ㅠ
그래서 경찰서에 안가고 그자리에 서서 카드사에 분실신고를 했다. "나 해외고 카드 도난당함. 정지해주세요." 일괄신고 해달라하니 일괄신고시 해당 카드사에서 발급받은 모든 카드가 정지된다길래 알겠다고 했더니 어느카드사인지 싹 부르래. 그래서 카드사 이름을 얘기해줬더니 얼마 안가 애플페이 정지 푸시를 받았다. 신고가 됐다는 뜻이지.
이 시점 카드고 현금이고 내 수중에 결제 가능한것이 하나도 없었는데 애플페이가 있다는걸 깨닫게 됨. 집에 멀쩡히 살아있는 현대카드가 한장 더 있었던 것. 하지만 일괄신고해서 멀쩡한 카드도 정지.
그리고나서 트래블월렛 현물카드를 비활성화 시키고 모바일카드를 활성화해 볼트 앱에 등록. 볼트를 잡아 타고 대사관으로 향했다.
https://maps.app.goo.gl/Jbi8zGBf65zZSu1s8
목적지가 대한민국 대사관이니 볼트 기사가 왜 거기 가냐고 묻는거여. 엉 나 소매치기 당했어^^ 했더니 경찰서는 갔냬. 아니 대사관부터 가려고. 했더니 이시키가 경찰에 먼저 가야한다면서 뭐라뭐라 하는거여. 안그래도 멘탈털려 정신없어 죽겠는데. 당시 나는 폴리스 리포트가 필요하면 대사관에서 경찰서 가서 서류 떼오라고 하겠지. 하는 마음이었기 때문에 일단 대사관으로 간거였는데 얘가 자꾸 머라니까 정신이 더 없는거지.
어쨌든간에 도착한 대한민국 대사관. 단독건물이 아니라 어떤 건물의 5층이었나 한 층을 사용하고 있더라는. 점심시간인거 알았지만 무작정 간거였어서 문이 닫혀있어도 놀라지 않았음. 그래서 엘베 근처에 쪼그려 앉아 있는데 갑자기 초인종 차임이 땡땡 울리더니 스피커폰으로 "Are you Korean?"하는 소리가 들리는것. 응 나 한국인이예요 했더니 "너 거기있으면 안돼~ 들어와" 하더니 문을 열어주는거여.
들어가니 리셉션에 현지인 할머니 직원분이 계셨다. 점심시간인데 괜찮아요? 했더니 응 괜찮아 저기 앉아서 기다려~ 하시는겨. 그러더니 "점심은 먹었니?" 하고 물어보시는데 안먹었쟈냐ㅠㅠ 눙물이 왈칵 쏟아져서ㅋㅋㅋㅋㅋ 아니요오오옹ㅠㅠㅠㅠ했더니 코리안 커피 있다고 이거라도 먹으라며 코리안커피 베스트라고 울지 말라고 맥심 커피믹스를 내주시잖아ㅠㅠㅠ 남의나라 한국 대사관에서 만난 외국인 할머니의 따스한 말 한마디에 엉엉 울어버렸자나ㅠㅠㅠ
그렇게 잠깐 앉아있었더니 업무 개시시간보다 조금 이르게 대사관 직원분이 나오셔서 처리를 해주셨다. 점심시간을 단축해주신거자나 너무 감사했지. 직장인의 점심시간이 얼마나 소중한데. 고마울따름. 할무니랑은 영어로 얘기했는데 이제 대사관 직원분은 한국분이셔서 한국어로 대화함.
일단 어디서 어떻게 분실을 했는지 등등 서류 작성에 필요한 문답을 하고. 벨렘에서 그랬다 하니 ‘아..’ 하시는데 더이상의 말씀은 없으셨지만 행간이 읽히는 느낌ㅎㅎ 나는 따로 폴리스 리포트를 달라고 하지는 않았다. 필요한 경우도 있을수 있겠지만 일단 내 경우엔. 수중에 가진 돈이 하나도 없으니 긴급출금 서비스도 신청을 하고. 수수료율이 좋지 않으니 정말 필요한 만큼만 출금하라는 꿀팁도 주셨다.
어쨌거나 여권을 새로 만들려면 사진이 필요하니까. 저기에서 사진을 찍을 수 있다. 무려 보정도 할 수 있음. 밝기나 톤 조절 정도지만. 어쨌든.
그리고나면 이제 재발급을 해준다. 사실 다른 신분증도 없고 아무것도 없는 상태라 대사관에 가면서도 내가 나임을 증명하라고 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을 했는데 다행히 그런 증명은 필요 없다. 우리는 열손가락 지문을 등록하는 나라에 살고 있으니까. 사실 평소 지문등록은 인권침해일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있는 1인이었는데 내가 급하니 지문등록돼있어서 다행이다 라는 생각도 하게됨. 사람이 이렇게 간사한 존재다 증말.
필요한 작업들을 마치고 재발급을 기다리면서 집에 있는 멀쩡한 카드로 애플페이 복구 시작. 현대카드에선 분실신고 들어간걸 해제하려면 내가 카드를 소지하고 있다는 증명을 해야 하는데 그 방법 중 하나가 카드번호를 다 불러 확인해주는 것.(이거 말고 하나 더 있는데 기억이 안남) 그런데 내가 그걸 알리가 있나. 평소 잘 안쓰는거라 집에 놓고 다니는것인데. 그래서 엄마에게 전화해서 좀 말도안되는 핑계를 대며 우리집에 가셔서 어디에 있는 어느 서랍을 열면~~ 하면서 카드사진을 찍어 보내달라고 했다. 오래지않아 엄마에게서 카드 사진이 도착했고 이걸로 분실해제 후에 애플페이를 살리는데 성공. 한숨 돌렸지 뭐야.
그사이 여권은 나왔고 이제 긴급출금을 위해 하라는대로 함. 뭔가 보이스피싱 조직원이 된것 같은 느낌을 느끼며 이 매뉴얼대로 얘기하고. 돈을 보내고 확인이 되어 100유로 출금. 여권 재발급은 공짜가 아닙니다. 수수료가 35유로정도 있는데 이건 현금결제만 가능하기때문에 긴급출금한 유로로 수수료 내고 여권 수령함.
이 과정이 바로바로 이어진게 아니라 시간이 당연히 걸리는데 그동안 터진 내 멘탈을 대사관분이 잡아주려고 계속 말걸면서 본인 경험담도 얘기해주시고 여행을 여기서 포시하시면 안된다고 리스본 여기도 가봐라 이것도 맛있다 하면서 진짜 노력하셨음. 그치만 그 말이 머릿속에 들어올리가 있나ㅠ 당시에 거의 기계적으로 대답하면서도 와 이분 정말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좀 고마웠다.
3시간만에 내 손에 쥐어진 긴급여권. 이때 진짜 대한민국 행정력 작살난다고 느낌. 아무것도 없지만 여권 하나 있다고 잃은게 없는 것 같은 기분까지 들더라니까. 긴급여권 주의점은 단수여권이고 유효기간은 1년이지만 출국했던 국가에 재입국할수는 없으며 한국에 들어감과 동시에 효력도 정지된다. 전자여권도 아님.
그 와중에 다행인건 핸드폰을 잃지 않았다는 것. 크로스 스트랩으로 몸통에 걸고 사진찍는다고 핸드폰을 계속 들고 있어서 폰은 내곁에 남을 수 있었다. 폰을 잃었으면 정말 아무것도 할수있는게 없었을것. 볼트도 못타고 카드 분실신고도 못하고 외교부에 돈도 못보냈을거다. 앞에서 내가 한 모든행동이 폰으로 한거니까. 심지어 나를 증명하라고 하면 폰으로 모바일 주민등록증 받아서 보여줘야겠다 하고 생각했을정도니.
최대한 시간 흐름에 따라 적으려고 노력했는데 혹시 궁금한게 있으면 댓글 주세요. 머리가 하얘지면 아무 생각도 안듭디다. 이 과정에서 나를 안심시켜주고 이것저것 같이 알아봐준 캐뤼서님 제권님께 감사함을 전하며. 무슨 수상소감이냐는ㅋㅋ
암튼,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지만 이렇게 데이고 나서는 비상용으로 숙소에 신용카드 한장과 현금 단위 큰 것으로 한장 두고 다니고 대사관 위치는 구글맵에 별찍어두고 다닙니다. 이거 여행 초반엔 하던건데 무사히 여행다닌지 2n년이 되며 초심 잃고 소매치기도 당하고 츠암내.
나름 잘 마무리가 되었고 잃은것도 그다지 많지는 않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멘탈을 잃어 숙소 앞에 아침에 봐뒀던 피자집에서 마르게리타 한판 테이크아웃하고 핑고두스에서 맥주 사다가 피맥하고 쳐 잤다는 엔딩.
핑고두스에 맥주사러 갔다가 만난 쇼핑하는 주인 얌전히 기다리던 귀여운 강아지 사진으로 마무리.
끝.